연방대법원, 불법체류자 '신속 추방' 길 열어
국경 넘은 이민자 '신속 추방 명령'은 합헌
연방대법원이 국경을 넘어 체포된 불법 이민자를 법원의 검토 없이도 신속히 추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은 25일 불법 이민자들이 이민 당국의 ‘신속 추방 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헌법상 권리가 없다며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에 따르면 이민자들은 당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행정 절차상의 권리만 주어지며, 이의제기가 거부됐을 경우 독자적인 사법제도가 아니라 법무부 소속 이민 전담 판사가 해당 사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이민자는 의회가 부여한 권한에 따라 당국의 강제 추방 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이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주체는 사법부가 아니라 법무부와 출입국 사무소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앨리토 대법관은 “추방 절차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모든 망명 신청자를 억류시키자는 의회의 판단은 이민 시스템에 받아들일 수 없는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며 “이들을 석방하는 방법도 향후 추방 절차 진행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보수 성향의 앨리토 대법관을 비롯해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등 5명이 의견을 같이했으며,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등 2명의 대법관이 좁은 범위에서 이에 동의했다.
나머지 2명은 이번 판결에 반대했다. 알렉사 밴스 법무부 대변인은 이번 판결이 “‘신속 추방’의 합법성을 입증하고, 이민자 구제와 관련한 적절한 범위를 재확인한 것”이라면서 “트럼프 정부가 계속해서 국경을 방어하고, 법치를 유지하며, 미국인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부 항소법원과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위헌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샌프란시스코 연방항소법원은 이민 당국의 결정에 대한 사법적 검토를 막는 이번 판결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변호사 리 겔른트는 “망명자 등 자유를 박탈당한 이들이 법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미국 헌법의 기본 원칙과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문제 여지가 있는 추방 명령이 받게 된 이들이 강제로 추방 조처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SJ에 따르면 2018년에 약 1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들이 망명을 신청했으며, 약 15%가 망명 지위를 획득했다.